디자인과 이야기 2009/01/04 00:17

미니멀 아트에 대해

출처 : 단순함과 반복의 미학, 전혜숙, PUBLIC ART Vol.027

반복과 대칭의 구성 원리
... 천정으로부터 바닥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크기의 상자들을 동일한 간격으로 배치해 벽에 붙여놓거나, 플렉시글래스로 만들어 속이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상자들을 일정 간격을 두고 화랑의 마룻바닥에 일렬로 늘어놓은 저드의 작품들 속에서, 우리는 단위들 혹은 구성 요소들 사이에 발새오디는 긴장관계를 발견할 수가 없다. 그가 말했듯이 각각의 단위들은 그저 ' 하나가 다른 하나를 뒤따르는 원리를 가질 뿐이다. 그러므로 그 안에는 예전에 칸딘스키가 추상미술에서 그렇게도 중시했던 내적 필연성이나 몬드리안이 생명처럼 여겼던 '조화와 균형'의 개념이 없다. 오히려 일부러 초기추상의 거장들이 지닌 미술의 내적 의미와 초월적 정신서으 조화의 이상향을 거부함으로써 유럽식의 추상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실제로 저드는 몬드리안이 '신조형주의'에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될 두가지 요소로 지적한 '반복과 대칭'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원리로 삼고 있다. 동일한 단위를 반복 배열하면 그 안에는 관계가 사라지고 내적 논리의 과정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순수한 반복의 방식으로 놓인 미니멀 조각들에서는 작품의 내부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원래 레디메이드는 상호간에 위계관계를 갖지 않는다. 동일한 크기이고 동일한 형태들이기 때문이다. 반복과 연속, 대칭의 원리는 레디메이드의 평등한 반복 원리 속에서 다시 한 번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실제 공간 속에 존재하는 상자들의 현존성
미니멀 조각들은 형식적으로 보면, 일단 더 이상 나눠질 수 없는 기본적이고 단순한 형태들로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미니멀 조각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입방체가 주를 이루었는데, 그것은 즉각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게슈탈트'로서, 전체성과 통일성이 강조되는 것이었다. 입방체 상자는 3차원의 물체 중 가장 단순한 형태이지만,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포장단위, 책상, 책장, 컴퓨터 등의 가구 및 가전제품들이 입방체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흔한 비미술적 형태이기도 하다. 미니멀 조각은 이전의 조각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전시되었다. 가장 큰 특징은 조각들이 받침대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저드가 그의 미니멀 상자들을 마룻바닥에 놓았듯이, 모리스는 1964년 그린화랑의 전시에서 베니어판으로 만들어 회색으로 칠한 단일한 형태의 조각들을 활용공간 구석구석 배치하였다. 작품들은 천정에 매달리거나 인접한 벽과 벽을 잇기도 하고, 마룻바닥에 놓여 관람자들에게 마치 의자처럼 여겨지기도 하며, 구석에 곡 맞게 끼워지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관람자들은 전통적인 조각을 감상하던 방식대로 그의 작품들을 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조각이 받침대 위에 놓이게 되면 그것은 관람자의 공간과 분리된 다른 공간을 의미하게 된다. 이것은 틀 속의 그림이 틀 밖의 공간과 구별되어 일루전의 공간을 창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을 예로 들어보자. 이 작품은 프랑스에 있든 우리나라의 로댕 갤러리에 있든 항상 똑같이 백년전쟁이라는 공간과 시간을 암시하며, 그 인물들의 처절한 애국심과 비장미가 실효성을 지니는 것은, 바로 그 조각들이 받침대 위에 놓여 있어 그 공간을 우리의 실제 공간과 구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니멀 조각들은 이제 분리된 받침대 위에 분리되어 얌전히 놓이지 않고, 관람자가 서 있는 공간과 동일한 곳, 즉 실제 공간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관람자들은 작품들을 한 눈에 작품을 파악할 수 없게 되고 실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닥에 놓이거나 매달린 조각들 사이로, 혹은 밑으로 돌아다니면서, 만지고 거기에 앉기도 하면서, 계속해서 신체적, 시간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화랑 공간은 작품과 관람자를 포함한 하나의 전체 공간이 된다. 이때 관람자들은 인체의 크기에 비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람 크기에 적당한 미니멀 조각 앞에 서게 되고, 그것의 물리적 성질 , 현존성에 의해 마치 다른 사람을 마주 대하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게 미니멀 조각의 경험에 중요하게 작용하게 되는 실제 시간성을 원래 미술에는 없던 것으로 미술 속으로 들어온 또 하나의 미술 외적인 요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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